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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통영여행(2018, 9월)

nuguriDJ 2018. 9. 26. 12:59


'창업 1년 갓넘은 시점에서 무슨 휴가인가'라는 생각을 하다가..
'아니다. 길게 할 것이니 중간중간 쉼표도 필요하다.'라는 생각으로 이번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바다. 서피랑 떡볶이. 박경리. 남해의 봄날.

저 네가지 키워드로 통영으로 향한 발걸음.


숙소는
바다를 바로 앞에두고
1층은 카페이고 2층을 에어비앤비로 놓은
전망 좋고 조용한 마을에 있었다.
아, 가까운 산책로도 있어 더 좋은. 루프탑도 있는.

도착해 숙소 거실 창문 밖, 풍경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툭 올렸다.


띠링.
바로 이 사진만으로 남해안임을 알아차린 지인의 쪽지가 왔다.
그 판단의 근거가 궁금해진 바다 초보는 한 수 배울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되물었다.

통영입니다. 어찌 아셨습니까?

일단 섬이 있음 남해 또는 서해인데, 섬모양이 남해에 가깝고, 이단으로 바다 깊이가 서해보단 남해야. 그것두 전남은 아니고 경남쪽으로.
수정식당이라고 멍게비빔밥 잘하는 곳 있는데.. 아, 지금은 멍게 철이 아니네. 그래도 맛있어 ㅋㅋㅋ
술 안 먹으니 다찌집은.. 좋아하려나..?
루지도 타고 놀고,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서 보는 미륵산 정상의 풍경도 좋아. 일몰도 좋고.


전국의 유명한 떡볶이 집은 다 돌고 싶은 작은 소망이 있다.
혹시라도 갑자기 할머니께서 힘들다 장사를 그만두시기 전에 꼭 방문하고 싶었던 서피랑 떡볶이집.
원래는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은 소중한 사람이 생기면 같이 여행가서 추억을 남기고 싶었는데
그게 언제일지 알 수 없어서 ㅋㅋㅋㅋ

달짝지근한 조미료의 맛이 정겹다 여겨졌다.
닭 튀김도 맛있고.
이런 집에서는 다 먹고 나서 마시는 차가운 생수 한모금이 또 그렇게 맛있다.

그 외에도 굴코스 먹으러 다시 가야하는 대풍관, 적당한 단맛의 통영거북선꿀빵, 중앙시장 바로 앞 복집 동광식당 등등..


휴가시즌 끝나고 점검 중인 케이블카는 탈 수 없어 아쉬웠지만
그만큼 사람이 없어 루지는 기다림 없이 신나게 탔다.


루지를 타는 곳과 봄날의 책방은 꽤 가까운 곳에 있다.
차로 10분 내외?
봄날의 책방은, 남해의 봄날이라는 지역 출판사가 차린 책방이다.

대표님이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내려갔던 통영에서 차린 출판사가 5년 넘어가도록 잘 살아남아,
꾸준히 책이 나오는 것을 소소하게 책을 사 읽으며 응원하고 있다.
물론 책의 기획력도 좋아 상도 받은 곳이다.

대표님 인터뷰로 설명을 갈음하고자 한다.

단,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고, 어떤 가치에 더 무게중심을 두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지니 지향점이 분명해야 한다. 분명 우리의 삶이 낭만적인 측면이 있고, 아침에 새소리를 들으며 눈을 뜨고, 5분만 걸어 나가면 바다를 원 없이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살면서 오랜 꿈이었던 출판을 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우리도 가끔 기적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직원들 월급을 꼬박꼬박 주면서 생존해야 하는 현실의 무게감은 버겁고, 지역 출판의 한계를 뛰어넘는 마케팅의 묘수를 찾기 위해 고민고민 하다가 머리는 반백이 되었다. 일단 시작한 것, 제대로 하고 싶었던 내 일 욕심도 한 몫 했지만 온갖 시행착오 끝에 이제 겨우 해법을 찾아가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판타지로만 생각하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그때 내가 책을 잘 만드는 것 이상으로 파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팔아야 할 대상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어서 지역에서 조용히 살기 위해 책을 만들기 시작한 내 삶이 한 해에도 책을 이고지고 서울을 수십 번 드나드는 삶으로 이어질지 알았다면(첫 해에만 서울-통영 왕복 20회가 넘었다) 아마 절대 시작하지 못했을 거다. 그게 아무리 진정성과 차별화를 준다 해도 알고는 감당할 수 없었을 거란 이야기. 그동안 현장에서 직접 부딪치면서 배우느라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지만 그래도 참 감사한 것은 우리의 한계들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새로운 기회들이 열렸다는 거다. 땅 끝 바닷가 통영이 가진 지역적 한계는 우리에게 서울의 출판사들과는 다른 생각,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했고, 그게 여러 가지 새로운 기획으로 이어져서 좋은 성과들을 내고 차별화라는 선물까지 받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남해의 바다는 섬이 있어 외롭지 않았고,
바다 위로 뿌려지는 햇빛의 반짝임은 눈을 깜빡이는 것조차 아쉽게 만들었다.
신선한 해산물에 원기회복은 덤이다.

작지만 알찬 지역을 좋아한다. 그래서 마음이 여유롭고 즐거운.
동양의 나폴리라고 불리우는 통영이지만
그런 의미에서 나에겐 프라하에 더 가깝게 엮이는 곳.

힐링여행으로 가만히 쉬러 가고 싶을 때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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