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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요?

졸업생 연설

nuguriDJ 2017. 9. 1. 23:05

어떻게 아셨는지.. 투자자 분의 요쳥으로 찾아 보내면서 오랜만에 꺼내 읽게된 연설문.
인생에 한 시기를 마무리지으며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던 저 때와 지금의 마음가짐이 크게 다르진 않음에.. 아직 답은 모르지만 작은 실천들이 쌓여가고 있음에 행복하다. 지금까지 받은 어떤 자료나 정보보다 더 와닿고 좋다는 말씀에도 감사했던 하루.


서울대학교 학위수여식 졸업생 대표 연설문



안녕하세요. 경영대학 졸업생 김도진입니다. 

먼저 제 69회 전기 학위수여식을 맞아 함께 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졸업생 대표로 이 자리에 서게 되어 참으로 영광스럽습니다. 

캠퍼스 가을의 아름다움을, 시험공부 중 들이마시던 밤공기의 시원함을, 재미없기로 유명한 축제 때 잔디에 앉아 나누던 이야기의 즐거움을, 학교를 떠날 때가 가까워져서야 느낀 것이 조금 아쉽지만, 이 모든 것들을 돌아보면 슬며시 잔잔한 미소가 지어집니다.

네, 여러분, 오늘 저희는 이렇게 곳곳에 추억이 깃든 학교를 떠납니다.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이 순간 저는, 우리 모두에게 열심히 그리고 치열하게 노력한 삶의 어떤 순간이 있다는 공통점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왜, 무엇 때문에 열심히 사셨습니까?

저는 어릴 적,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아픈 언니를 보며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 것을 일종의 직무유기처럼 여겼습니다. 노력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졌기에 최대한 성실히 살았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 우연히 집어 든 <스물셋의 사랑, 마흔아홉의 성공>이란 책을 계기로 기업가가 되고 싶은 꿈을 품었고, 멋진 기업가가 되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 들어가면 높은 확률로 제 꿈이 이루어질 것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제멋대로의 순진한 믿음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입학의 기쁨을 누리던 첫 학기가 채 지나가기도 전에, 휘두르기만 하면 소원이 이루어지는 ‘마술 지팡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휴학을 하고 벤처회사 일을 하는 등 학교 안팎으로 열심히 길을 찾으려 노력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분들을 만나 졸업하기 전에 창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입학 당시엔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펼쳐진 것입니다.


성공한 기업가로의 ‘직행 티켓’ 같은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서울대 학생이라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사회는 제게 호의적이었습니다. 덕분에 노력보다 훨씬 더 크고 많은 기회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인지 여부와 상관 없이, 이렇게 여러분과 저는 이미 꽤 많은 혜택을 받아 누린 사람입니다. 어찌 보면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가 점점 누적되어 가는 듯 합니다. 왠지 이것과 어른이 되어감은 연관이 있단 생각이 드는군요.

아마도 학생의 신분을 벗고 앞으로 마주할 세상은 이전만큼 따뜻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열심히 함’과 ‘잘함’은 동의어도 유의어도 아니라는 냉혹한 현실을 온몸으로 배워가겠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누릴 수 있었던 많은 기회와 혜택을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그간 받아온 기회의 선물들이 결코 당연한 것은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친애하는 학우 여러분. 졸업은 새로운 시작이고, 젊어 고생은 사서 한다는 것도, 세상을 바꾸는 글로벌 인재가 되자는 말도 굳이 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입학식 때 들은 ‘세상을 바꾸라’는 가슴 두근거리게 했던 그 말이 지금은 왜 이리도 무겁게 느껴지는 걸까요. 그때나 지금이나 분명 똑같은 말이고 분명 우린 더 성장했는데 말입니다.
저는 우리 모두가 한번쯤은, 이 세상을 자신이 태어나기 전보다 더 나은 세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마음을 먹은 적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다만, 아직 그 마음을 포기하고 싶지도 않고 포기하기엔 너무 
이르다는 것을, 또 막연했던 그 다짐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예상보다 더 어렵다는 것을, 그것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사회를 향한 각자의 첫걸음을 선택했습니다. 창업이란 제 선택은 여기 모인 다양한 선택지 중 하나겠지요. 아직 이뤄낸 것은 없고, 걸어가는 길 가운데 크고 작은 실수와 실패라 불리는 과정도 있겠지만 어쩌겠습니까.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봐야죠.

성공해낼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시작했지만 정말 만만치 않음을 느끼는 하루하루 입니다. 그래서 정말 지속하여 가치를 만들어내는 기업을 이루어낸다면 그건 함께 하는 그리고 함께 할 분들 덕분일 것입니다. 그분들과 함께 해내기 위해 저도 최선을 다할 겁니다. 그 길의 끝에는 더 나은 세상이 있기를 소망하면서 그리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도 즐겁고 행복해야 함을 기억하면서요.


‘서울대생들은 개인주의적다’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적어도 제가 학교를 다니며 만난 대다수의 한 사람 한 사람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누군가는 또 순진한 생각이라 말할지 몰라도, ‘차갑고 견고한 벽’을 만났을 때 힘을 합쳐 밀면 ‘무겁긴 해도 열리는 문’으로 바뀔 거라 믿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옆에 있는 동기들에게, 사회에서 만나게 될 이들에게 함께 밀어보자고 도움을 청하며 살아보려 합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제게 요청을 하면 기꺼이 손을 내밀어 힘을 더하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학우 여러분, 우리에게 향해 있는 그 편견을 각자의 자리에서 깨뜨려 나가봅시다.

혹시라도 쑥스러워 소리 내어 말하지 못할 학우들을 대신해서 지금껏 잘 키워주신 부모님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효도하며 살겠습니다. 그리고 수업을 통해 가르침을 주셨던 교수님, 감사합니다. 밑거름 삼아 생각하고 행동하는 제자가 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졸업하는 여러분께 무엇보다 수고하셨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나중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 삶을 돌아보며 멋진 순간을 꼽을 때 오늘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앞으로의 시간을 더 멋진 순간들로 가득 채워 나가길 기원합니다.


다시 한 번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5년 2월 26일 졸업생 대표 김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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