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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과 분석" 글 그리고 그 후

nuguriDJ 2013. 1. 30. 11:35

한 번은 꼭 깊게 생각해보고 싶었던 흥미로운 주제라 <직관과 분석> 이라는 글을 1월 초에 작성했었다.

그 후 공유된 나의 글을 보시고 감사하게도 피드백과 더 알아보고 생각해볼 방향들을 지인들께서 주셨다. 예전에 읽었었지만, 다시 한 번 꼼꼼히 보게 된 트친 소개의 여준영 대표님(이하 헌트) 인터뷰, 트랙백해서 의견 적어주신 치영님 글, 선배가 추천해준 책 <블링크>를 읽고 보다 정리된 생각을 적으려 한다.



먼저, 치영님이 블로그를 통해 직관은 아래와 같이 양면이 존재한다고 정리해주셨다.

- 통찰력(insight)

- 어림짐작/편견(heuristic)



그렇다. 

결국, <블링크>책에서도 짚어주듯이 우리의 직관은 강력하면서(insight) 동시에 오류에 빠지기도 쉽다(heuristic).

그래서 "언제 직관을 믿고, 언제 경계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그 확률을 높일 수 있는지"로 자연스럽게 관심사가 이동한다.



블링크 책을 감수한 황상민 교수님은 이렇게 정리해주셨다.

빠르고 정확한 판단 능력은 다양한 자료들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스스로의 마음을 수련하는 과정에서 생겨난다.

일단 자신이 통상적으로 해왔던 문제해결 과정이나 지식에 대한 의문을 제시해야 한다. 안다고 믿는 것을 부정하고, 모르는 것에 대해 마음을 열어 놓는 작업이 필요하다. 여기에 다양한 사례 분석과 자신이 경험하는 것에 대해 체계적으로 반추하고, 내적 감성의 변화를 면밀히 추적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헌트의 인터뷰 글에는 또 아래와 같은 말이 있다.

그는 생각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하던 생각을 계속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안 해봤던 생각을 해보는 데서 생각의 질이 극명하게 차이난다.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생각의 체력'이다.

..창조성이라는 것도 실행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생각은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저절로 나는 것. 쓸만한 생각은 일부러 생각해서 나오는게 아니라 일상 속에서 갑자기 툭 터져나온다. 그것은 그가 천재라서가 아니라 삶 자체가 그 생각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생각과 삶은 그렇게 순환하다. 

생각이 실행을 만드는 게 아니라 실행이 생각을 만든다. 그만큼 그의 실행력은 강력하다. 그가 말하는 가장 좋은 '생각발전법'은 뛰는 것이다.



1) 생각하고 생각하되, 다르게 생각해라

황상민 교수님의 "통상적이지 않은 의문을 제시"하는 것과 헌트의 "안 해봤던 생각"은 연결된다. 이는 스티브잡스의 Think Different를 바로 떠올리게도 한다. 끊임없이 깊게 생각해야 하지만 단순히 항상 똑같은 방향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시야를 돌려가며 생각해야 한다. 이 시간을 통해 우리의 무의식에는 많은 생각의 역사가 담기게 될 것이고, 여기서 우린 직관이라 불리는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강력한 실행력이 필요하다. 왜? 생각과 판단들을 체계적으로 자세히 돌아봐야 하기 때문이다. 또 직접 부딪히면서 나오는 생각들이 앉아서 생각하는 사람들과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리라.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준비를 미리 해야 하지만, 작은 부분이라도 직접 만들어 고객에게 팔면서 느끼는 점과 그때 이루어지는 가설검정의 힘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 강박관념은 버리자. 핵심을 파악하면 된다.

우리는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나은 결정을 내리게 된다고 믿는다. …그러나 골드만의 알고리즘은 그 정반대를 말한다가외 정보는 사실상 전혀 이득이 되지 않는다. 복잡한 현상 밑바닥에 깔린 신호를 찾아내려면 극히 조금만 알아야 한다. 


"통찰력이 있다"를 다시 말하면 "빠르게 판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핵심을 파악하고 있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의 생각과 판단에 대해 좀 더 확신 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때로는 스스로 더 확신하고 싶어 모으는 많은 정보가 부정확한 결론으로 인도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판단을 내릴 때마다 MECE하게 접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도 하다.

알고보면 엄청 쉬운 수학문제인데 괜히 어렵게 생각해서 풀지 못했던 경험이 학창시절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편이어서 쓸데없이 복잡하게 생각하지말라는 조언을 수학 선생님께 많이 받았었다. 가끔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서라도 쓸데없는 복잡함을 덜어내야 한다.




3) 무르익어야 한다.

핵심을 파악하자! 하고 나면 우리는 또 한가지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다. 핵심을 알기 위해선 또 전체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일정량 이상의 정보를 습득하고 소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세상엔 공짜는 없고 지름길은 없다고 생각하는 게 속 편한 것 같다.


이 점을 헌트도 짚고 있다.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그는 지금도 수많은 프로젝트들을 숙성시키는 중이다. 아이디어가 생겼다고 무조건 뛰어들지는 않는다. 일단 오랫동안 두고 본다. 요즘도 영화 비즈니스를 위해 1년 넘게 매일 영화를 보고 있다. 영화를 계속 보면 예전엔 안 해봤던 생각이 떠오른다. 몇 달 전부터 저녁에는 무조건 테이크아웃 도시락을 시킨다. 그의 식당에서 도시락 메뉴를 개발 중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데이터를 쌓은 뒤에야 비로소 뭔가를 내놓는다. 실행력의 핵심은 지금 바로 시작하되, 무르익을 때까지 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심리학자 티모시 윌슨이 말했던 것처럼 고도한 정교한 사고의 많은 부분을 무의식의 영역으로 끌어내림으로써 엄청나게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순간적인 판단을 잘하기 위해서는 판단에 필요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



4) 나아가 설명할 수 있는 직관까지.

난 사람이 영적인(spiritual) 존재라고 믿는다. 그래서 전문성을 쌓았든 무르익었든 아니든 기본적으로 찰나의 영감을 느낄 수 있는 존재라고 여긴다. 대부분 그 "찰나"의 순간을 스스로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놓쳐버리는 게 아닐까 싶다. 

내가 직관적인 사람일지라도 그 직관의 힘을 통해 유의미한 열매를 얻으려면 다른 사람들에게 충분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공감을 얻어야 한다.


<블링크>에서는 이 순간 뒤에 있는 것을 해석하기 위해 전문지식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우리에게는 어떤 사물에 대한 본인의 반응을 설명할 능력이 없다. 우리는 좋은 잼을 무의식적으로 깨닫는다. ..질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확실하게 모른다...식품감정 전문가들은 매우 명확한 용어를 교육받고, ….. 경험을 거치다 보면 행동과 훈련을 이용해 순간적 판단과 첫인상 뒤에 있는 것들을 해석, 해독하는 일에 숙달하게 된다. .....스쳐 지나가는 감각을 어떻게든 뭔가 영원한 것으로 변환시켜야 한다. 그러자면 맛의 어휘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있어야만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직관에 대한 관심은 치열하게 분석하고 이렇게 저렇게 골머리 썩지 않고 "짜잔" 결론을 내리고 싶은 욕심으로부터 시작된 것 같다. 뭔가 쉽고 편하게 빠르게 판단하고 결정 내리시는 분들을 보면서 도대체 어떤 "비법"이 있는지 궁금했던 것 같다. 그러나 결국 돌고 돌아 글을 적으면서.. 내가 고등학교 후배들에게 "공부에 무슨 대단한 비법이라도 있다고 생각했다면 미안하지만 없단다. 공부할 때 학원이나 과외를 통해 족집게 핵심만 팍팍 요약해 전달해주면 빠르게 성장하는 것 같고 물론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그런 경향이 있지만, 결국 만점을 받으려면 다시 교과서로 돌아와서 스스로 이해하고 공부해야 해. 그러니까 늦게 돌아가는 것 같아 불안해도 매일매일 꾸준히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을 확보해!" 라고 이야기 했던 게 떠올라 피식 웃었다.



여준영 대표님 트윗글로 이전 글을 시작했으니, 그분의 글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내 경우

한 십년동안 

백만 스푼 정도 퍼나르고 났더니

그 수조의 중간쯤 차더라


놀멘 놀멘 하던 친구들  

수조는 게으름 핀 만큼 덜 차있더라



인생은 종량제다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수조를  누가 대신 채워주는게 아니라서

어차피 그 사람들도 

나중에 내가 놀때 

수저들고 그 짓을 해야한다.


그들 중 많이 늦은 사람이

나에게 물을 좀 꿔달라고 매달리는 비참한 처지에 놓이기도 하더라



인생은 종량제다

하나님이 

인생을 무한대로 고생하게끔 고약하게 설계하신게 아니라서

지금 조금 더 한건 나중에 딱 그만큼 덜하게끔 

되어있다.



물론

어떤놈은 좀 큰 수저 들고 있는 놈 있고 

어떤놈은 부모님이 수조에 물을 미리 더 담아놓은 경우도 있고

어떤놈은 재수도 좋아서 그 수조에만 비가 내려주는 경우도 있다.

우리 그런건 신경쓰지 말자.


다만

이 수조에 채우다가 

마음이 바뀌어 다른 수조에 채우느라 시간 허비하면 

그만큼 로스가 있으니  그 정도는 조심하자.




참고문헌]

1) 직관(intuition) : 치영님의 트랙백

2) 직관적 판단의 오류 : heuristic 개념과 관련하여

3) 아이디어? 떠오를 수 있는 일부터 만드는 게 순서 : 여준영 대표님 인터뷰

4) 인생은 종량제 : 여준영 대표님 작성 글
5) 첫 2초의 힘 블링크 : 말콤 글래드웰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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