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이나 흘렀다. 이제서야 주인에게 다시 향하고 있는 물건. 선물 받은 거라고 생각할까. 좋은 곳에 기부하면 괜찮지 않을까. 친구에게 물었다. 돌려준다고 하면 이상할까? 한 친구가 말했다. 응, 완전 미련있어 보여. 다른 친구가 말했다. 물건은 죄가 없어. 그냥 써. 또 다른 친구가 말했다. 그렇게 불편하면 나 주든가. 버릴 수도, 쓸 수도, 줄 수도 없었다. 마음대로 하기엔 마음이 담겨있는 소유권이 불명확한 물건. 핑계를 삼고 싶지도, 차가운 안녕처럼 보내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일단은 보관. '돌려주고 싶어'와 '보고싶어'라는 말을 분리시킬 수 있겠다 싶은 어제 저녁 카톡을 보냈다. 여전한 나와 그사람 다운 대화 끝에 보낼 주소를 받았다. 내 성격과 그사람의 태..
https://www.tumblbug.com/aboutmoonday 한부모 가정 소녀들을 위한 초경 가이드북 프로젝트, "어바웃 문데이" 인쇄제작비 마련을 위한 텀블벅 펀딩을 진행 중이다. 처음 맞는 월경에 홀로 당황하는 소녀들이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7명의 작가팀과 일러스트레이터 영수님 그리고 편집디자이너 미림님이 힘을 모아 컨텐츠를 만들었다. 대한산부인과 의사회와 사전 독자로 지원한 10대 친구들이 감수 과정을 도와주셨다.신뢰 있는 원컨텐츠를 만들고 싶어서 책을 만들어야 겠다고 처음 기획 했었다. 그러나 소셜미디어를 통한 영상 컨텐츠에 더 익숙한 많은 친구들을 위해 원컨텐츠에 기반한 2차 컨텐츠를 만들어 더 널리 알리는 게 좋겠다는 이야기가 내부에서 나왔다. 그렇게 연락을 드리고, 취지에 공감해 한국..
오늘이 월요일이라니 충격적이다. 느낌은 금요일인데... 주말에도 계속 일을 했고, 오늘 하루도 정신없이 몰아쳐서 그랬던 것 같다. 아침 8시 평소보다 이른 출근. 오늘은 390명의 소녀들에게 전달할 유기농 생리대를 지역아동센터협회에 보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해피문데이가 소셜 프로젝트로 시작해 영리법인으로 세워지기까지 동인이 되었던 이유를 또 이렇게. 그리고 계속되는 가입과 주문에 대한 슬랙 알림. 엇 이상하다. 주말 중에 특별한 마케팅 한 게 없는데.. 구글 애널리틱스를 확인했더니 트위터가 유입채널로 뜨길래 검색해봤다. 고객님이 남겨주신 트윗이 있어 살포시 리트윗. 그리고 주변 지인들에게서 오는 생리대 관련 기사 링크와 꾸준히 지속되는 방문자와 체험팩 구매.. 아.. 시장에 일이 터졌구나. 스..
2016년 5월 26일.국민일보 박효진 기자의 "깔창 생리대" 기사가 보도되었다. 기사는 빠르게 퍼져 나갔다. 그 물결 가운데 나도 기사를 읽었다. 여러 생리대 기부 크라우드 펀딩이 진행되었고, 지자체들도 대응에 나섰다.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10대 소녀에게도, 노숙인 여성에게도, 긴급 구호품에도 생리대가 필요하단 사실을 우리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기사를 읽고 제일 먼저 당황스러움이 몰려왔다. 이 늦은 깨달음에. 월경은 그냥 개인적인 일이라 생각했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조금 귀찮은, 생리통에 약을 챙겨 먹어야 하는 기간. 중요한 일과 겹치지 않기를 바라는 소박한 바람 정도. 그 지극히 개인적인 일에 생리대를 사지 못해 학교를 못 나가는 소녀가 있고, 심한 생리통에 얼굴이 하얗게 질려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