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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월이나 흘렀다.
이제서야 주인에게 다시 향하고 있는 물건.
선물 받은 거라고 생각할까.
좋은 곳에 기부하면 괜찮지 않을까.
친구에게 물었다. 돌려준다고 하면 이상할까?
한 친구가 말했다. 응, 완전 미련있어 보여.
다른 친구가 말했다. 물건은 죄가 없어. 그냥 써.
또 다른 친구가 말했다. 그렇게 불편하면 나 주든가.
버릴 수도, 쓸 수도, 줄 수도 없었다.
마음대로 하기엔 마음이 담겨있는 소유권이 불명확한 물건.
핑계를 삼고 싶지도, 차가운 안녕처럼 보내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일단은 보관.
'돌려주고 싶어'와 '보고싶어'라는 말을 분리시킬 수 있겠다 싶은 어제 저녁 카톡을 보냈다.
여전한 나와 그사람 다운 대화 끝에 보낼 주소를 받았다. 내 성격과 그사람의 태도가 이루어낸 이제 갈 곳이 있는 물건.
헤어진 후 많은 연인들은 예전 그 때의 진심을 의심하지만, 그랬던 적은 없다. 오히려 그만큼 충분히 몰랐었음에 뒤늦게 아쉬웠을 뿐. 그 사람이 얼마나 힘겹게 평소의 태도를 버리고, 안전구역을 빠져나와 낸 용기였는지를 모르고. 더 큰 용기를 다그쳤던 부족함을 말이다.
택배가 잘 도착하길.
조금이라도 따뜻한 안녕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