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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왜냐고 물으면 아주 간단히 이야기할 땐 "크리스쳔이라서요" 혹은 "종교적 신념때문에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술을 마시면 크리스쳔이 아니고,
술을 마시느냐 마시지 않느냐로 그 사람의 신앙의 깊이나 성숙도를 판단하지 않으며..
그 것으로 판가름 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마셔본 적이 없어서 웃자고 말하자면 그냥 내 눈엔
소주 잔에 물을 따르든 소주를 따르든 똑같이 투명해서 마셔봐야만 아는 액체
맥주 잔에 담긴 보리차 카푸치노처럼 보이는 액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고작 그 액체에 구원이 그리고 신앙이 갈린다고 여기지 않는다.
하지만
신앙의 양심에 거리껴지는데
대학생활을 시작해보니 모두 다 마시니까 인간관계에서 소외될까봐 마시는 크리스쳔이 되고 싶진 않았다.
거룩하게 살라는 것은 구별되게 살라는 의미인데..
보잘 것 없이 새내기에게는 가장 크게 다가오는 "대학의 술문화"에서부터 양보하기 시작하면
그 다음 그 다음 하나 둘 다 양보해버리는 사람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나처럼 신앙의 양심상 거리낌에도 혼자만 그럴 수 없어서 불안한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종교의 신념상 마시지 않는 이들을 이해해줄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을 내가 속한 이들에게 만들고 싶기도 했다.
그러니까 나는 술을 마실 수도 있다. 단지 마시지 않는 것 뿐이다.
나의 마음의 본질은 똑같은데 ...
어디서는 마시고 어디서는 마시지 않는다면 헷갈려하고 속은 느낌을 가질 지도 모르는
그 누군가 때문에 어디서든 마시지 않는 것일뿐.